신생아와 83세 노인 인구가 같다고?

신생아와 83세 노인 인구가 같다고?: 2024.05.08 15:41 입력

정현권 전문위원 kpaa@kpaa.or.kr

<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 1px solid rgb(210, 210, 210); margin-right: 12px; margin-bottom: 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신생아와 83세 노인 인구가 같다고?" src="http://kpaanews.or.kr/PEG/17151503966334.jpg" width="280" align="absmiddle"></div></td></tr></tbody></table>22만6000명과 22만5000명. 작년 우리나라 신생아와 83세 노인 숫자이다. 태어나는 아이와 내일을 모르는 노인 인구가 비슷하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를 갱신 중이다. 충격적인 수치에 내성이 생겨 놀랍지도 않다. 흔히 저출산을 사회문제라고 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문제가 있어 그 결과로 저출산 현상이 생겼다. 말 앞뒤가 바뀌었다.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해석하니 해법도 돈만 퍼주는 대증요법에 머문다. 저출산 근본 원인은 단연 주거불안이다. 생존 여건이 열악하면 개체수가 준다는 건 생물학자 입을 빌지 않아도 자명하다. 소득이 못 따라가는 주택 마련에 청년들은 속수무책이다. 그 원인과 해법을 떠나 청년들은 너무 암울하다. 집값 상승으로 덕을 본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도 결코 좋지 않다. 내 자식이 대가를 치른다. 자식에게 집을 양도한다지만 고율 양도세까지 얹어줄 부모는 흔치 않다. 정작 자신은 노후 빈곤에 처하거나 삐끗하면 부모 자식 혹은 자식간 불화로 치닫는다. 멈추지 않는 기성세대 욕망이 젊은 세대에게 고통으로 투영된다.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교육도 명백한 저출산 원인이다. 치열한 교육환경은 우리 사회 풍요를 가져온 원동력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공정이란 이름 아래 치러지는 극한 경쟁 결과 각자도생 사회가 도래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는 피로사회이다. 청년들이 자기 착취로 치닫는 사회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돼버렸다. 새벽 길에 엄마가 먼발치 청소 미화원을 보고 “너도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저 사람처럼 된다”고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 때부터 경쟁에 몰아넣어 차별과 혐오를 심어준다.“저런 분이 있어 거리가 깨끗해지고 우리가 기분 좋게 길을 가는 거야”라고 말하는 부모가 달리 보이는 세상이다. 어른들 사고는 쉽게 감염되고 부지불식간에 저출산이란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청년들은 후세를 경쟁 우위에 올려놓을 자신감 결여로 결혼과 출산을 피한다. 거북이는 잠자는 토끼가 깰까 봐 몰래 지나쳐 경기에서 이겼다. 토끼를 깨워 손잡고 목적지까지 가는 장면이 우리 아이들 교육에는 없다. 애초 체급이 다른 토끼와 거북이로 경쟁 프레임을 짰다. 교육은 자기 좌표를 탐색하고 자기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다. 그래야만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만의 이유로 살아간다. 기업도 저출산 진원지이다. 경력 단절을 막으려고 남녀 출산휴가를 입으론 찬성하지만 현장에선 극히 인색하다. 기업 목적은 이윤추구이다. 이윤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금액이다. 출산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정비용에 넣어야 한다. 비용이 아니라 사회 후생 개념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심각하다. 저출산 대책을 운운하지만 선거철마다 상반되는 욕망을 부추기는 공약을 남발한다. 메가시티 공약이 대표적이다. 과밀화는 경쟁에 필수 기반이다. 개체가 많아야 경쟁 효율이 더 오른다. 수도권 과밀화는 당연히 교육, 기업, 부동산 경쟁을 부른다. 이에 따른 집값 상승과 치열한 입시 경쟁 종착역은 저출산이다. 저출산 대책을 말하면서 메가시티 공약으로 저출산을 유발하는 이중 플레이다. 양립하지 않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낸다. 손님을 방안에 들어오라면서 미리 문을 닫아버리는 격이다. 기성세대가 더 힘들어도 잘 낳고 잘 키웠다며 청년들을 군기 빠진 나약한 세대로 몰고 가면 답이 없다. 그런 꼰대 해법을 들먹이는 사람을 보면 머리가 띵하다. 저출산은 기성세대의 과한 욕망에서 비롯됐다. 문제아 뒤에 늘 문제 가정이 있듯 젊은 세대가 문제라면 뒤에 문제 기성세대가 있다. 우리사회 저출산 해결은 개인적으론 비관적이다. 주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 욕망을 극복할 길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연금을 못 받는 그제서야 각성하고 후회하겠지만 소용없다. 이런 예상이 빗나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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